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곤 믿지 않았지
믿을 수 없었지
- 말하는 대로, 유재석&이적 (2011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말의 힘이라고 흔히 이야기 한다. 말을 하면서 의지가 생기고 우주의 기운이 그렇게 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내용의 그런 힘.
이 의미와 비슷하게 '설마의 힘' 도 있다고 생각한다.
'에이 설마~ 그게 그렇게 되겠어?'
그렇게 되더라.
이렇게 서론이 긴 이유는 우리의 임신 5~6주차는 굉장히 다이나믹했기 때문이다.
일단, 5주차가 접어들 무렵 밥을 먹다가 아내에게 대단이 이야기를 할 때였다.
'근데 대박이는 진짜~ @@.'
'대박이가 누구야! 대단아 아빠가 다른 이름 부른다ㅠㅠ'
뇌를 거치지 않고 실수로 내 입 밖으로 나온 이름은 대박이였고, 그 이름을 들은 아내는 나중에 대단이 동생 생기면 태명으로 사용하자고 했다.
"축하드려요~ 아기집이 두 개가 보이네요!
(...? 예? 뭐지 투룸인가)
쌍둥이에요."
이렇게 우리는 대단이와 대박이를 한 번에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전엔 생각하지 않았는데 왜 다태아가 240만원이 아니라 140만원인지 의문도 갖게 되었다. 흥
6주차 병원 방문을 통해 두 개의 아기집을 본 우리는 차에서 내내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이게 쌍둥이가 된다구? 이게 돼?
임신을 하기 전, 아내 쪽 가족 관계에 쌍둥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렇기에 우리 대에서 쌍둥이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했던 우리지만
'설마~ 그게 그렇게 되겠어?'
라고 웃고 넘어갔을 뿐인데... 이게 말하는 대로...
임신 확인을 한 직후부터 매일 튼살크림을 발라주며 대단이에게 물리, 화학, 철학, 경제학 등의 조기 교육을 시켰던 나였지만, 수강생이 한 명 늘었다는 부분은 커리큘럼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인간 관계와 사회 생활부터 가르쳐야 할까...
<지속되는 입덧>
5주차에 이어서 입덧은 여전했다. 수박은 3일에 한 번씩 주문했던 것 같다.
그래도 노하우가 생겨서, 최대한 속 불편하지 않은 식사를 하고 바로 다 치워서 최대한 냄새가 남지 않도록 하였다.
바로 수박이나 스크류바로 속을 진정시키는 것은 필수.
그리고 일단 대단이와 대박이는 엄마를 닮아 한식을 선호하는 것은 분명했다.
고기, 밀가루, 기름보다는 김치, 냉면, 콩나물밥 등이 더 땡기는 한식파.
에잉 푸드코트를 가도 너네들은 엄마랑 한식 먹으러 가고 아빠만 파스타 시키겠구만?
그리고, 입덧은 24시간 지속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중간에 잠시 입덧이 없을 때 그간 입덧으로 못 먹었던 음식들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것도 중요했다.
남편의 역량이랄까 훗.
<다태아로>
지난주, 국민행복카드 및 임산부 등록을 단태아로 마치고 베이비 빌리 등의 어플 등록도 끝낸 상태에서 우리는 다태아로 변경을 해야했다. 그런데... 딱히 할 건 없었다. 병원에서 다태아로 변경하고 나니 국민행복카드에 바우처 40만원이 더 지급되었고, 베이비 빌리도 다태아로 설정을 변경하는 것은 간단했다.
이 무렵 우리의 대화 주제는 일란성일까? 이란성일까? 남,여? 이 왕이면 똑같이 생겨야 재밌을텐데?
근데 쌍둥이가 나오면 우리 둘이 감당 가능할까? 휴직해야할까?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할까? 경제적인 부분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일찍부터 쌍둥이 육아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대단이와 대박이가 나오면 어떻게든 잘 될텐데...
엄마아빠의 고민을 이렇게까지 일찍부터 듣지 않았어도 될텐데 말이야.
<초음파>
춈파. 유일하게 우리가 아기를 , 아니 아기들을 볼 수 있는 방법인 초음파 사진.
매주 병원을 가게 되는 우리는 이 초음파 사진 보러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고, 정말 시간이 느리게 흘렀던 것 같다.
처음에는 한 장만 받았는데, 한 주 지날수록 다양한 각도의 초음파 사진을 받았다.
<여전히 작은 아기집>
"아기집은 두 개이고, 쌍둥이임은 확실한데 지난주에 비해 아기집은 커지지 않았어요
난황도 보여야 할텐데 아직 내부에 아무것도 안 보이구요. 일주일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지난주에도 작다고 했던 집은 아직도 작았다.
그래도 두 개 만드느라 그렇겠지. 공사도 납기 안에 두 개 동시에 하려면 작아질 수 밖에 없잖아?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대단이 대박이를 믿기로 했다.
지금 상황에서 누구보다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을 친구들은 본인들일테니.
그리고 어차피 이 단계에서는 부모가, 혹은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조치나 처방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무교이고 신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믿어보기로 했다.
하느님 울 애기들을 지켜봐주세요.
그렇게 6주차를 지나 7주차로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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