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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사진은 을 담는 기술이다.

"나"로 말하자면, 살아온 방식 상 한 점의 오류도 없이 오직 한 방향으로만 나아갔었다. 그것은 바로 도덕적 측면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인간의 절대적이고 근원적인 이중성을 나 자신이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의식 속에서 갈등하는 두 개의 본성을 본 것이다….
- 지킬 박사와 하이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잠시 영원한 고전,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읽으셨습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던 ‘근원적인 이중성’은 우리가 사진을 찍는 데 가장 중요한 ‘빛’이라는 요소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밝은 부분이 있다면 그에 반대되는 어두운 부분도 생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림자를 팔아 거래를 한다는 서양 속담이 있을 정도로 빛과 그림자, 명과 암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요소를 사진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빛과 그림자의 가장 큰 대비를 보여주는 뮤지컬 “지킬과 하이드”의 한 장면 - 출처 : 오디컴퍼니

빛을 담다.

첫째, 빛의 마법사

카메라에 들어오는 빛의 양은 ‘노출’이라는 단어로도 대체 가능합니다. 사진에 노출되는 빛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은 마음에 드는 사진을 남기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극단적으로 노출을 줄이거나 높이는 방법으로 촬영자의 의도를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좌) 처음 촬영했던 아침 시간의 복도 / (우) 동일 시간에 의도적으로 밝기를 낮춰 명암을 강조한 복도


주로 휴대폰을 통해 사진을 촬영하는 우리는 프레임 내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또는 기준을 맞추고 싶은 부분을 콕 누르게 되면 빛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촬영 후 보정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당시의 노출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화사한 느낌을 주거나 쓸쓸한 느낌을 주는 것이 가능합니다. 저는 필터 어플의 인위적인 색감 변화를 좋아하지 않아서 특히 음식 사진을 찍을 때는 기본 카메라에서 밝기만 올려서 찍는 편입니다.

마음대로 빛의 양을 줄이고 늘릴 수 있다니 이 정도면 정말 우리는 빛의 마술사가 아닐까요?

둘째, 지금 빛은 어디서 오지?

원하는 모습의 피사체나 풍경을 담기 위해서는 빛과 피사체와 촬영자인 나의 위치를 파악해야 합니다. 빛의 방향에 따라 아래와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 순광 : 촬영하는 방향과 동일한 방향의 빛
- 역광 : 촬영하는 방향과 반대 방향 빛
- 측광 : 옆에서 들어오는 방향의 빛
- 사광 : 약 45도(얼짱 각도?!)에서 들어오는 방향의 빛

일반적으로 인물 촬영 시에는 입체감과 자연스러운 태양의 느낌을 담는 사광을 선호하지만, 각 빛의 방향에 따른 장단점이 있기에 주고 싶은 느낌에 맞춰 다양한 방향에서 촬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광은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빛 이기도 합니다.


역광은 피사체의 디테일이 잘 보이지 않지만 빛 그 자체와 그림자, 실루엣을 강조하여 순광/사광에 비해 강렬한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사진은 역광으로 찍어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진 작가님들이 좋아하는 촬영 방향이며 그만큼 원하는 사진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어서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빛이기도 합니다.

역광의 빛, 실루엣, 그리고 퇴근 시간.. 완벽.


일반적으로는 역광의 빛이 강렬하기 때문에 조금 어둡게 촬영하는 것이 명암을 강조하는 데에 효과적이지만 오히려 노출을 올려 더 밝게 찍어 본다면 뜻밖의 ‘빛나는 실루엣’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역광에서 사진을 찍게 된다면 빛을 피사체 끝에 걸거나, 프레임 바깥쪽에 두거나, 밝기를 올리거나 낮춰보는 등의 다양한 도전을 해보길 추천해 드립니다.

과감한 밝기의 역광은 피사체의 윤곽을 빛나게 합니다. 그저 빛…


옆에서 오는 측광의 빛은 그림자를 만들고, 명암이 생기고 입체감을 느낄 수 있으며 그림자를 강조할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질감이나 분위기 묘사에도 탁월한 촬영 방향이지만 한 피사체 내에서 명암이 뚜렷하게 생겨서 의도치 않은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고양이인가 배트맨인가. 귀여움으로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한 측광 사진


빛의 양도 조절하고, 방향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으니, 사진 촬영에서는 이보다 더 재밌는 장난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달에는 어떤 빛을 가지고 놀아볼까요?


<등대의 3화 틈새 TIP>
‘빛은 반사되는 거야’
앞서 이야기한 빛의 양이나 방향 이외에도 빛은 반사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이용하면 다양한 사진을 건질 수 있습니다.

  

호수에 비친 하늘



바다나 호수 등의 물에서, 혹은 유리나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함께 담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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