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Chapter 3. 사진은 을 담는 기술이다.

"나"로 말하자면, 살아온 방식 상 한 점의 오류도 없이 오직 한 방향으로만 나아갔었다. 그것은 바로 도덕적 측면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인간의 절대적이고 근원적인 이중성을 나 자신이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의식 속에서 갈등하는 두 개의 본성을 본 것이다….
- 지킬 박사와 하이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잠시 영원한 고전,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읽으셨습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던 ‘근원적인 이중성’은 우리가 사진을 찍는 데 가장 중요한 ‘빛’이라는 요소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밝은 부분이 있다면 그에 반대되는 어두운 부분도 생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림자를 팔아 거래를 한다는 서양 속담이 있을 정도로 빛과 그림자, 명과 암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요소를 사진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빛과 그림자의 가장 큰 대비를 보여주는 뮤지컬 “지킬과 하이드”의 한 장면 - 출처 : 오디컴퍼니

빛을 담다.

첫째, 빛의 마법사

카메라에 들어오는 빛의 양은 ‘노출’이라는 단어로도 대체 가능합니다. 사진에 노출되는 빛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은 마음에 드는 사진을 남기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극단적으로 노출을 줄이거나 높이는 방법으로 촬영자의 의도를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좌) 처음 촬영했던 아침 시간의 복도 / (우) 동일 시간에 의도적으로 밝기를 낮춰 명암을 강조한 복도


주로 휴대폰을 통해 사진을 촬영하는 우리는 프레임 내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또는 기준을 맞추고 싶은 부분을 콕 누르게 되면 빛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촬영 후 보정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당시의 노출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화사한 느낌을 주거나 쓸쓸한 느낌을 주는 것이 가능합니다. 저는 필터 어플의 인위적인 색감 변화를 좋아하지 않아서 특히 음식 사진을 찍을 때는 기본 카메라에서 밝기만 올려서 찍는 편입니다.

마음대로 빛의 양을 줄이고 늘릴 수 있다니 이 정도면 정말 우리는 빛의 마술사가 아닐까요?

둘째, 지금 빛은 어디서 오지?

원하는 모습의 피사체나 풍경을 담기 위해서는 빛과 피사체와 촬영자인 나의 위치를 파악해야 합니다. 빛의 방향에 따라 아래와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 순광 : 촬영하는 방향과 동일한 방향의 빛
- 역광 : 촬영하는 방향과 반대 방향 빛
- 측광 : 옆에서 들어오는 방향의 빛
- 사광 : 약 45도(얼짱 각도?!)에서 들어오는 방향의 빛

일반적으로 인물 촬영 시에는 입체감과 자연스러운 태양의 느낌을 담는 사광을 선호하지만, 각 빛의 방향에 따른 장단점이 있기에 주고 싶은 느낌에 맞춰 다양한 방향에서 촬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광은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빛 이기도 합니다.


역광은 피사체의 디테일이 잘 보이지 않지만 빛 그 자체와 그림자, 실루엣을 강조하여 순광/사광에 비해 강렬한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사진은 역광으로 찍어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진 작가님들이 좋아하는 촬영 방향이며 그만큼 원하는 사진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어서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빛이기도 합니다.

역광의 빛, 실루엣, 그리고 퇴근 시간.. 완벽.


일반적으로는 역광의 빛이 강렬하기 때문에 조금 어둡게 촬영하는 것이 명암을 강조하는 데에 효과적이지만 오히려 노출을 올려 더 밝게 찍어 본다면 뜻밖의 ‘빛나는 실루엣’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역광에서 사진을 찍게 된다면 빛을 피사체 끝에 걸거나, 프레임 바깥쪽에 두거나, 밝기를 올리거나 낮춰보는 등의 다양한 도전을 해보길 추천해 드립니다.

과감한 밝기의 역광은 피사체의 윤곽을 빛나게 합니다. 그저 빛…


옆에서 오는 측광의 빛은 그림자를 만들고, 명암이 생기고 입체감을 느낄 수 있으며 그림자를 강조할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질감이나 분위기 묘사에도 탁월한 촬영 방향이지만 한 피사체 내에서 명암이 뚜렷하게 생겨서 의도치 않은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고양이인가 배트맨인가. 귀여움으로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한 측광 사진


빛의 양도 조절하고, 방향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으니, 사진 촬영에서는 이보다 더 재밌는 장난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달에는 어떤 빛을 가지고 놀아볼까요?


<등대의 3화 틈새 TIP>
‘빛은 반사되는 거야’
앞서 이야기한 빛의 양이나 방향 이외에도 빛은 반사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이용하면 다양한 사진을 건질 수 있습니다.

  

호수에 비친 하늘



바다나 호수 등의 물에서, 혹은 유리나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함께 담아보는 건 어떨까요?

728x90

Chapter 2.
사진은 구도를 담는 기술이다.


‘와 여기 진짜 예쁘다. 사진 찍어야겠다’
여러분이 휴대폰 카메라를 켜거나, DSLR을 들고 전원을 켰을 때는 분명 어떤 장면이나 피사체를 찍기 위함일 겁니다. 이렇게 사진을 찍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마주한 상황의 아름다움이나 분위기를 기록하여 소장하거나 공유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혹은 한정적인 피사체에 대한 나만의 시선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사진에 담은 사진가의 목적을 ‘주제’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한 장의 사진에 주제를 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도전하게 됩니다. 특히 ‘구도 構圖’의 변화를 통해 보다 쉽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번 Chapter에서는 구도의 변화를 통해 주제를 담는 방법에 대해 제안해보려고 합니다.

구도를 담다.


구도는 미적 효과를 얻기 위해 전체적으로 조화되게 배치된 상태를 이야기합니다.
1월 Tip에서 이야기한 수평, 수직 정렬을 포함하여 피사체를 사진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어느 방향에서 찍을 것인지 등의 구성이 모두 구도에 해당합니다.

정면 구도를 통해 깔끔한 표현
대각선 구도를 통해 전체적인 배열을 표현

기본적으로는 가로와 세로 구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로는 수평선, 지평선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편안함과 침착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좋고, 세로는 역동성이나 흐름 등을 나타내기에 좋습니다.

편안하고 고요한 수평선
역동적인 수직선



이 외에도 다양한 구도가 있지만 가장 직관적인 두 가지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높게 또는 낮게 (High or Low).

사진의 구도를 통해 분위기를 담을 때, 가장 도전해 보기 쉬운 방법은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선의 높낮이 변화입니다. 대상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에 따라 카메라를 위에서 또는 아래에서 찍어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높은 시선으로 담다.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담고 싶거나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표현하고 싶다면 위에서 바라보는 시선으로 담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피사체나 풍경보다 높은 곳에서 카메라로 담는 것을 하이 앵글 High Angle이라고 합니다.
전망대나 산에 올라 주위 풍경을 볼 때를 상상해 봅시다. 높은 곳에 올라가 드넓은 경치를 볼 때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죠. 지상의 압축적인 모습과 대비되도록 하늘을 더 많이 배치하면 시원한 개방감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보기 때문에 수평과 수직의 선은 더 맞추기 쉽습니다.

함축적으로 담는 높은 시선


하이앵글을 가장 잘 활용한 방법은 항공 샷입니다. 모든 피사체는 입체이기 때문에 적절한 구도를 만드는 것이 어렵지만 항공 샷의 경우 피사체의 입체감을 최소화하는 반면 배경의 각도와 수직, 수평 등을 의도적으로 배치하기 좋기 때문에 정갈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약간의 변화만으로 강조의 효과를 줄 수도 있습니다.

수평 수직을 강조!!


혹시, 이제는 옛말 퀴즈에서나 나올 법한 ‘얼짱 각도’라는 단어를 기억하실까요?
실물보다 잘 나오기 위해 45도 오른쪽 위에 렌즈를 놓고 살짝 눈을 올려 떠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그저 얼짱의 필수 요소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 눈, 코를 부각하여 현대적 미의 기준에 조금 더 가깝게 찍는 하이앵글을 활용한 기술입니다. 인물이나 피사체의 어떤 모습을 강조해서 담아보고 싶다면 과감하게 높은 각도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용기를 내보세요. 이때, 부각하려는 곳을 제외한 부분은 압축적으로 짧거나 작아 보일 수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반려동물이 귀여운 이유는 우리가 늘 얼짱각도에서 바라보기 때문이 아닐까요?


낮은 시선으로 담다.
하이앵글과 반대로 로우앵글 Low Angle은 웅장함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나무, 숲길, 건물 등 길이를 강조하여 웅장함이나 압도감 등을 표현하고 싶다면 로우앵글을 추천합니다.

웅장한 느낌!


인물 사진의 경우, 아래에서 위로 찍으면 키가 커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전신을 찍는다면 명치 높이에서 휴대폰을 살짝 위로 기울여 낮은 곳에서 위를 보는 느낌으로 찍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바라보는 높이를 조절함으로써 높게 혹은 낮게 담는 방법은 원하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강조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둘째, 빼면서 담다.

빼면서 담는다는 말은 생소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담아야 하는 사진에서 뺀다…?
요리에 비유하자면, 여러 향신료를 쓰는 것보다 하나의 좋은 재료만 푹 고아 우려내는 것이 더 깊은 맛을 낼 수 있다는 느낌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많은 정보를 담기 위해 하이앵글이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를 앞서 드렸지만, 다양한 배경이나 피사체를 함께 담는 것보다 때로는 간결하고 단순한 구도로 일부만 담는 것이 사진을 보는 이에게 더 직관적으로 주제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보이는 그대로 담을 때!
배경은 빼면서 성당만 담을 때!


크리스마스날의 명동 성당 앞 카페, 정말 추웠지만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사람들과 그 앞 성당을 담고 싶은 마음에 셔터를 눌렀습니다. 하지만 왼쪽 사진은 주변 많은 인물이나 배경으로 인해 성당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전하지 못하고 어수선한 느낌입니다. 사진을 어수선하게 만드는 배경을 빼고 담백하게 오른쪽과 같이 성당과 그 앞 사람들만 담아봅니다. 마치 유럽 어느 성당 앞에서 도란도란 저녁을 즐기는 관광객의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나요? 이처럼 촬영하고자 하는 피사체 이외의 배경은 간결하게 빼면서 담아본다면 조금 더 집중도 높은 사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찍어 놓은 사진을 임의의 여러 구도로 잘라보면서 구도에 따라 사진이 어떤 다른 느낌을 가지는지 비교해보는 방식으로 연습해 볼 수도 있습니다.

Frame in frame, 저의 최애 구도 입니다.


또한, 위처럼 배경을 흐릿하게 하는 등으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진 관련 블로그나 서적, 가이드 영상 등 어느 콘텐츠를 찾아봐도 늘 교과서처럼 나오는 문구가 있습니다.
‘사진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정답이 없다는 것이 정답인 아이러니한 사진의 세계이지만, 주제를 담기 위해 구도를 고민하는 시간이 저희만의 사진 영역을 크게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등대의 2화 틈새 TIP>
“파노라마를 활용하자”
지난 글 댓글 중, 모델의 발목을 자르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였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굉장히 높은 등대나 구조물, 건축물 등의 앞에서 사진을 찍게 되면 엄청 멀리 가야 하거나 광각으로 찍어야 해서 왜곡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이럴 때 휴대폰의 파노라마 기능을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카메라 – 파노라마 – 카메라 수직 방향으로 세우기 – 원하는 만큼 촬영 후 종료


그럼 결과물을 볼까요?


가로로 긴 건축물이나 풍경에 파노라마 사진을 촬영하듯이, 세로로 높은 경우에도 파노라마 기능을 활용하여 깔끔하게 배경을 최소화하여 촬영해보세요!

728x90

안녕하세요, 등대입니다.

글도 깨작, 사진도 깨작, 영상 편집도 깨작하며 회사원이 아닌 또 다른 부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취미형 아마추어 프리랜서입니다.

사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그간 다양한 고민과 지름과 판매를 통해 얻게된 지식들.
그리고 운 좋게 누군가를 찍어주고 찍혀주며 얻게된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사진을 시작하려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구도, 빛, 노출의 요소들, 보정 등 사진 찍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최대한 쉽게 풀어보고
카메라가 없어도 누구나 가진 휴대폰으로 찍는 팁까지!

그럼 일단 뭐든 한 번 찍어볼까요?


치-즈!
728x90

Chapter 1.
사진은 마음을 담는 기술이다.


사진寫眞’의 사전적 의미는 실물의 모양을 있는 그대로 그려냄. 또는 그 그려낸 상. 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 실물 모습을 있는 그대로 혹은 그 이상을 담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거나, 시작하기도 전에 ‘똥손’을 자처하며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심지어 친구나 연인이 ‘이렇게만 찍어줘’라는 요청 사항 그대로 찍었으나, 결과물을 보자마자 실망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자신감이 더더욱 사라지기도 합니다. 저도 사진을 취미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더불어 성장하는 입장에서 여러분의 사진 자신감 회복을 위해 올 한해 몇 가지 팁을 제안할까 합니다.

애정을 담다.

빛의 방향, 각도, 구도, 색감 등 순간순간마다 사진을 찍는 기술은 다양하고 심도 깊지만, 그 모든 기술의 바탕이 되는 것은 피사체에 대한 마음입니다. 사진을 찍는 기술이나 노하우, 경험이 많지 않아도 애정을 듬뿍 담은 피사체나 모델을 찍은 사진은 그 사진만의 가치가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 이전 다녀왔던 여행 사진들이나, 연인 · 가족들과 찍었던 사진들을 보며 그때의 감정과 추억을 회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집 고양이 보리에게 애정을 담고 찍기


그 사람, 그 풍경, 그 사물과 함께하는 '그 순간'을 기억에 남기고 싶은 마음은 다시 꺼내 보아도 언제나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는 사진으로 남게 되거든요.
그러므로 항상 사진 찍는 순간만큼은 애정을 담아 피사체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애정을 듬뿍 담을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제안 드린다면 “고민하는 시간”과 “다양한 모습으로 많이 찍어보기” 입니다.


첫째, 고민하는 시간

여기서 어떤 마음을 담아 어떤 기록으로 남길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남자친구를, 여자친구를, 우리집 아기를, 고양이를, 강아지를, 혹은 지금 이곳의 풍경을, 여기서 어떻게 기억에 남기고 싶은지 고민하는 시간을 말합니다.

이 사진은 독자분들께 첫인사를 드리기 위해 작가의 필명이자 정체성을 담은 등대를 촬영한 사진입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피사체인 등대에 의미를 담아 사진을 찍고, 이 사진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참 많은 고민의 시간을 거쳤습니다.

‘가까이서? 멀리서? 오른쪽 바다와 함께? 왼쪽 가로등과 함께?
지금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로 보고 있는 작가의 시야를 여러분들에게도 보여드리는 건 어떨까?’

고민의 시간을 거친 끝에 나온 사진은 여러분께도 보여드릴 수 있고 사진첩에서 즐겨찾기에 등록될 수 있는 애정 담긴 사진이 되었습니다.


둘째, 다양한 모습으로 많이 찍기

고민하는 시간을 거친 후엔 최대한 “다양한 모습으로 많이 찍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고민을 마치고 촬영을 하여도 그 순간이 원하는 대로 담겼을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사체를 다양한 모습으로 많이 찍어 두는 것이 필요하죠. 촬영의 공간에서 발걸음을 옮긴 순간부터는 셔터를 누르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보다 촬영된 많은 사진 중 마음에 드는 컷을 고르는 게 더 쉽기 때문이죠.

하나만 건지자 하나만...


해외 여행지에서 한국인은 한국인에게만 여행 사진 촬영을 부탁한다는 것도 이런 의미 아닐까요?
우리는 기념사진이 갖는 의미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이것이 한국인의 情!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다양하게 많이 찰칵찰칵

이러한 일련의 촬영 전 마음가짐은 모두 피사체에 대한 애정을 사진에 담기 위함이라는 것을 한 번 더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등대의 1화 틈새 TIP>
“격자를 켜자”
카메라, 휴대폰의 격자 옵션만 켜도 수직/수평/평행을 맞추기 쉽습니다. 이는 심리적으로 안정된 사진을 만들어줍니다!

갤럭시 : 카메라 앱-설정-수직/수평 안내선 ON
아이폰 : 설정-카메라-격자 ON

여기에 인물을 격자에 배치하거나 수직선/수평선을 2:1로 분할하는 선에 맞추신다면 훨씬 느낌 있는 구도로 만들 수 있답니다.

728x90

포르투갈, 스페인으로 Late honeymoon을 떠나는 날,
내가 즐겨하는 게임의 다음 확장팩 베타 테스트 선정 이벤트가 있었다.
댓글 이벤트로 권한을 증정하는 이벤트였는데, 놓칠 수 없던 나는 이스탄불 공항의 와이파이를 잡아가며 신청했고 결국 당첨이 되었다.

이게 되네


베타 테스트는 아직 공식적으로 미발매된 게임을 미리 즐기면서 오류 사항이나 게임 내 데이터 수집을 도와주는 일종의 티져라고 볼 수 있다. 귀국 후, 베타 버젼의 게임을 플레이하고 정보를 정리하여 같이 게임 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하였다.
이렇게 미리 경험해보는 베타 테스트가 우리 부부에게도 찾아왔다.


<수술 당일>

소파술은 10~15분 가량 진행되며, 수면 마취를 하기에 수술 후 30분~1시간 정도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
건강검진 등을 통해 수면 내시경을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회복 후 차량 운전은 위험하기에 보호자가 필요하며 수술 8시간 전부터는 마취를 위해 음식은 물론 물도 금지된다.
그리고 소파술은 자궁 내에 기구를 삽입하여 강제 배출시켜야 하므로, 수술 4시간 전에 자궁 입구를 부드럽게 풀어줄 약 삽입을 위해 병원 내원이 필요하다.
우리는 오후 3시 30분 수술 일정이었기에 오전 11시 30분에 병원을 다녀왔었고, 집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병원으로 갔다.
오히려 당일은 담담했다.
이렇게까지 담담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쿨하게 대단이, 대박이에게 인사해줬다.

너네도 관종이라 한 명씩 오고 싶어서 그런거지?
집이 좁아서 그런거지?
엄마, 아빠가 아직 신혼을 제대로 못 즐긴 거 같아서 여유 주려고 그런거지?
우리 이렇게 한 번 만나봤으니까 다음엔 허둥대지 않고 여유롭게 너희 돌봐줄게.
엄마, 아빠 경력직으로 만들어줘서 고마워.

수술은 정말 15분 정도였다.
현황판에 아내의 이름이 올라가고 수술-회복으로 바뀐 후 이름이 없어지니 곧 걸어나왔다.
들어가서 나오기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수술에서 회복으로

아내는 거의 24시간만에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처가에서 받아온 반찬과 시댁에서 가져다준 미역국과 전복죽의 콜라보.


이렇게 우리의 엄마, 아빠 베타 테스트가 종료되었다.
이제 약간의 휴식 후 정식 오픈 때 뵙겠습니다.

그 때까지 잘 있어, 대단아 대박아.

728x90

사실 이 시리즈를 적기 시작했던 것은 이 글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때의 순간들, 감정들, 그리고 우리의 생각들까지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쉽게 할 수 있는 경험도 아닐 뿐더러, 잊고 싶지 않기도 했다.

7주차 병원 방문이 끝난 후, 다음 병원 예약은 또 일주일에서 하루 늦춰서 했다. 역시 우리 애기들에게 하루라도 시간을 더 주고 싶었던 마음에서.
우리 애가 똑똑한데 놀기를 좋아해서 그런 거에요! 막상 하면 잘할 애라구요!!
대단이 대박이도 잘 클 수 있는데 우리가 너무 조급해서 그런 거야! 느긋하게 기다려주자구!

마음 먹은 것과 다르게 7주차에서 8주차로 가는 일주일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
그래도 미리 계획했던 화담숲의 단풍 구경으로 태교 여행도 하고, 아내가 먹고 싶어하던 김치찜 잘하는 곳도 찾아서 든든하게 먹으며 행복한 주말을 보냈다.

아름다운 화담숲의 단풍

그리고 어느새 돌아온 대망의 초음파실 앞.
5주차부터 시작해 벌써 4주 연속 방문.
이제 익숙하게 발렛을 맡기고 접수를 하고 주변 산모, 보호자들을 관찰하는 여유가 생겼다.
저 사람은 이제 임신 확인 받으러 왔나봐.
신병이네 신병ㅋㅋ
오 저 분은 35주차 라는데..?
그러다 아내는 순서가 되어 초음파실로 들어가고 나는 혼자 시간의 덫에 빠졌다.
초음파실 내에서 소리 하나만 들려도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아내가 먼저 나왔다.
들어오래
불안한 마음으로 들어간 상담실에서 선생님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여전히 하나의 아기집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심장소리가 들리던 아기는 더 느려졌어요.
또, 작아지기도 했구요. 이는 자연 유산으로 가는 단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상상했던 일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 하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막상 닥치면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아무 감정도 들지 않는 경험을 해 본 적 있는지?
우리 둘은 그렇게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듯 했으나 아내는 눈물을 흘렸다.
딱 그 때 한 번이었다. 그 이후로는 나와 함께 있을 때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한 번 쏟아낸 이후 빠르게 이성을 되찾았다.
유산된 태아가 자연적으로 배출될 수도 있지만, 그럴 기미가 없다면 소파술을 통해 배출시켜야 한다. 빠르게 배출될 수록 산모의 컨디션 회복에 도움이 되고, 감정을 추스리고 다음 계획을 세우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참고로, 12주 내 유산될 확률을 통계학적으로 대략 12~15% 정도이다.
자연 유산은 질병이나 유전병이 아니라 태아가 생존이 가능한 시기가 되기 전에 유전자 문제 등으로 임신 초기에 유산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자연 유산 내에도 여러 케이스가 있으나, 심장이 생기지 않은 아이는 계류 유산으로 태아가 보이지 않은 상태로 임신이 종료되는 케이스라 볼 수 있다.

다음 주에 최종적으로 다시 방문해서 초음파를 보고 같은 상황일 때 수술 일정을 잡거나, 현 상황에서 바로 수술 일정을 잡는 선택지가 있었는데 우선은 한 번 더 와서 보자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수납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른 선생님 방에서 우리를 부르더라.
혹시나 하는 우리의 마음과 이를 아는 우리 담당 선생님의 마음으로 다른 선생님에게 크로스 체크를 받게 해주셨다.
허나, 결과가 달라지진 않았지만 우리의 마음은 편해질 수 있었다.
이 병원,,, 믿을 만한데?

빠른 몸 회복을 위해서라도 빠른 수술 일정을 잡고자 채혈, 소변 검사, 엑스레이를 촬영하고 귀가하였다.
아내가 엑스레이 촬영을 위해 방사선과에 가 있는 동안, 무심코 열었던 휴대폰 화면에서 습관적으로 베이비 빌리를 눌렀다.
아까 아내가 흘렸던 눈물이 이거구나.
지난 한 달 간 내가 출퇴근하며 상상했던 대단이, 대박이 와의 미래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면서 눈물이 흘렀다.
잠시만 안녕이야.
어차피 우린 다시 만나게 되어 있는데 조금 미뤄졌을 뿐이야.

728x90

느린 심장 박동
너네 진지한 말도
너무 거대한 파도
날 이제 놔줘
- 느린 심장 박동, 래원.

SNS에서 느린 심장 박동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커버하는 위키미키 최유정의 모습을 보며 오 랩 잘하네?? 하며 웃어넘겼는데, 이 단어를 병원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느린 심장 박동>

지난주 선생님은 또 다시 다음주가 중요하다고 하셨다.
일주일을 버티고 두근거리며 초음파실로 입장.
이 소리 들려요?
이게 아기 심장 소리에요
단지 기계 소리인 줄 알았던 주기적인 쿵쿵 소리는 사실 대단이의 심장소리였다!
이제 심장 소리가 들리네요.
얼마나 안도했는지......
허나 이어서 선생님은 다른 아기집에서는 아직 난황도 보이지 않아서 자연 도태의 가능성이 보인다고 하였다.
이런 경우에는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5주차부터 3주 째 병원을 오고 있는데 좋은 소식을 들은 적이 한 번도 없네.
그만큼 악조건 상에서도 우래기들 진짜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그래도 초음파 상으로 아기집은 많이 커졌다.

보이나요! 들리나요!

<심장소리 배달이요>

초음파를 통해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병원마다 연계되어 있는 앱을 소개시켜준다.
우린 마미톡 이라는 어플이었고, 병원에서 알려준 링크를 통해 가입 후 아이 등록을 까지 마무리해보자.
그럼 병원에서 업로드해준 심장소리와 초음파 녹화 영상을 보고, 들을 수 있다.
와 진짜 보이고 들리네.

여기에 초음파 심장박동영상이 차곡차곡 쌓이겠지

<슬픔엔 5단계가 있다고 하지>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우리는 부정 이었다.
대박이는 아직 조금 느린 거야. 대단이가 먼저 심장 만드느라 조금 양보해주는 단계야.
병원에서는 다태아였는데 단태아로 변경되었다고 수납 진료비가 조금 적게 나온다는 말을 했지만 우린 부정했다.
참고로, 초음파 비용도 다태아일 경우 더 비싸다. (아니 왜?)

7주가 되니 눈이 생겼다!

728x90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곤 믿지 않았지
믿을 수 없었지
- 말하는 대로, 유재석&이적 (2011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말의 힘이라고 흔히 이야기 한다. 말을 하면서 의지가 생기고 우주의 기운이 그렇게 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내용의 그런 힘.
이 의미와 비슷하게 '설마의 힘' 도 있다고 생각한다.
'에이 설마~ 그게 그렇게 되겠어?'
그렇게 되더라.
이렇게 서론이 긴 이유는 우리의 임신 5~6주차는 굉장히 다이나믹했기 때문이다.
일단, 5주차가 접어들 무렵 밥을 먹다가 아내에게 대단이 이야기를 할 때였다.

'근데 대박이는 진짜~ @@.'
'대박이가 누구야! 대단아 아빠가 다른 이름 부른다ㅠㅠ'


뇌를 거치지 않고 실수로 내 입 밖으로 나온 이름은 대박이였고, 그 이름을 들은 아내는 나중에 대단이 동생 생기면 태명으로 사용하자고 했다.

"축하드려요~ 아기집이 두 개가 보이네요!
(...? 예? 뭐지 투룸인가)
쌍둥이에요."

눈 두 개인 줄~

이렇게 우리는 대단이와 대박이를 한 번에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전엔 생각하지 않았는데 왜 다태아가 240만원이 아니라 140만원인지 의문도 갖게 되었다. 흥
6주차 병원 방문을 통해 두 개의 아기집을 본 우리는 차에서 내내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이게 쌍둥이가 된다구? 이게 돼?
임신을 하기 전, 아내 쪽 가족 관계에 쌍둥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렇기에 우리 대에서 쌍둥이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했던 우리지만
'설마~ 그게 그렇게 되겠어?'
라고 웃고 넘어갔을 뿐인데... 이게 말하는 대로...

임신 확인을 한 직후부터 매일 튼살크림을 발라주며 대단이에게 물리, 화학, 철학, 경제학 등의 조기 교육을 시켰던 나였지만, 수강생이 한 명 늘었다는 부분은 커리큘럼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인간 관계와 사회 생활부터 가르쳐야 할까...


<지속되는 입덧>

5주차에 이어서 입덧은 여전했다. 수박은 3일에 한 번씩 주문했던 것 같다.
그래도 노하우가 생겨서, 최대한 속 불편하지 않은 식사를 하고 바로 다 치워서 최대한 냄새가 남지 않도록 하였다.
바로 수박이나 스크류바로 속을 진정시키는 것은 필수.
그리고 일단 대단이와 대박이는 엄마를 닮아 한식을 선호하는 것은 분명했다.
고기, 밀가루, 기름보다는 김치, 냉면, 콩나물밥 등이 더 땡기는 한식파.
에잉 푸드코트를 가도 너네들은 엄마랑 한식 먹으러 가고 아빠만 파스타 시키겠구만?
그리고, 입덧은 24시간 지속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중간에 잠시 입덧이 없을 때 그간 입덧으로 못 먹었던 음식들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것도 중요했다.
남편의 역량이랄까 훗.


<다태아로>

지난주, 국민행복카드 및 임산부 등록을 단태아로 마치고 베이비 빌리 등의 어플 등록도 끝낸 상태에서 우리는 다태아로 변경을 해야했다. 그런데... 딱히 할 건 없었다. 병원에서 다태아로 변경하고 나니 국민행복카드에 바우처 40만원이 더 지급되었고, 베이비 빌리도 다태아로 설정을 변경하는 것은 간단했다.
이 무렵 우리의 대화 주제는 일란성일까? 이란성일까? 남,여? 이 왕이면 똑같이 생겨야 재밌을텐데?
근데 쌍둥이가 나오면 우리 둘이 감당 가능할까? 휴직해야할까?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할까? 경제적인 부분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일찍부터 쌍둥이 육아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대단이와 대박이가 나오면 어떻게든 잘 될텐데...
엄마아빠의 고민을 이렇게까지 일찍부터 듣지 않았어도 될텐데 말이야.


<초음파>

춈파. 유일하게 우리가 아기를 , 아니 아기들을 볼 수 있는 방법인 초음파 사진.
매주 병원을 가게 되는 우리는 이 초음파 사진 보러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고, 정말 시간이 느리게 흘렀던 것 같다.
처음에는 한 장만 받았는데, 한 주 지날수록 다양한 각도의 초음파 사진을 받았다.


<여전히 작은 아기집>

"아기집은 두 개이고, 쌍둥이임은 확실한데 지난주에 비해 아기집은 커지지 않았어요
난황도 보여야 할텐데 아직 내부에 아무것도 안 보이구요. 일주일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지난주에도 작다고 했던 집은 아직도 작았다.
그래도 두 개 만드느라 그렇겠지. 공사도 납기 안에 두 개 동시에 하려면 작아질 수 밖에 없잖아?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대단이 대박이를 믿기로 했다.
지금 상황에서 누구보다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을 친구들은 본인들일테니.
그리고 어차피 이 단계에서는 부모가, 혹은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조치나 처방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무교이고 신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믿어보기로 했다.
하느님 울 애기들을 지켜봐주세요.


그렇게 6주차를 지나 7주차로 넘어가고 있었다.



728x90

축하드려요! 임신 맞으시네요
라는 말을 듣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었다.
와 이게 되는구나 싶었던 순간이었다.

[임신 4주차]우리에게도 선물이 내려왔어요. (임신 계획, 임테기, 초기 증상, 산부인과 선정)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우리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이 되기에 일전의 에피소드와 생각에 대해 잊지 않기 위해 정리해본다. 급해지면 다양한 키워드로 검색해보는 모든 예비 엄마,

singasong0731.tistory.com

지난 4주차 말기에 누워만 있던 아내는 5주차가 되자마자 기존 계획된 일정의 병원 방문보다 빠르게 병원을 가자했다.
병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믿고 따랐기에 나도 바로 챙겨서 병원으로 향했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린 후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었고
남편인 나도 들어가서 볼 수 있었다.

'여기 작은 동그라미가 애기집이에요, 임신이네요'


<착상혈>

그렇게 임신 확인을 받고 선생님과의 상담 때 아내가 왜 서둘렀는지 알 수 있었다.
착상혈임은 알고 있었지만 피가 자꾸 나온다는 것.
이 부분 역시 임신 초기에는 충분히 나올 수 있기에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하셨다.
착상되면서 아기집이 자궁벽을 파고 들어가기 때문에 생기는 피가 나온다는 것. 피의 색깔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자연스러운 현상 중 하나였다.
허나, 초기라도 피가 나오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모르기에 아내는 최대한 누워있어야한다는 생물학적 배경에 근거하여 내가 걱정할까봐 미리 말하지 않고 그렇게 필사적으로 누워있던 것이었다.
고마워요


<국민행복카드>

그래도 선생님의 말을 듣고 걱정을 가라앉히고, 임신 확인을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임신확인서를 받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행복카드를 신청하고 구청에 등록하고 등등.
국민행복카드는 카드사별로 발급하니 발급 시 주는 사은품이나 혜택 등을 비교하여 필요한 곳으로 신청하고
발급 후에 바우처 신청을 통해 단태아는 100만원, 다태아는 140만원의 바우처를 받아 병원이나 약국에서 사용할 수 있다.
굳이 다태아까지 왜 알아봤느냐고? 글쎄...


<입덧의 시작>

이 무렵, 모든 임산부의 고통인 입덧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간단한 편이었다.
뭔가 속이 안 좋다.. 울렁거리네..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못 먹는 음식, 먹었는데 바로 안 맞는 음식들이 늘어가고 이 속을 진정시키기 위해 남편의 부단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늘 먹던 맛난 소고기를 열심히 구워먹었는데, 버터에 같이 구웠던 가니쉬가 굉장히 속을 역하게 만든다거나...

다양한 시도 끝에 우리가 찾은 해법은 아래와 같았다.
- 수박
- 올리브영 입덧사탕 "레몬맛'
- 맵고 새콤한 반찬들 like 오이, 부추무침 등
- 스크류바

이 외에 아이비 크래커, 고구마츄 등의 다양한 정보를 입수하였지만 위 리스트가 아내에게 제일 잘 맞았다.
특히 수박은 최고. 덕분에 11월에도 수박을 주문해 잘라먹는 사치도 누려볼 수 있었다.

아내의 입덧 완화를 위해 동분서주한 남편



<대단이>

우리가 지은 태명에 언제나 감격하며 대단이는 정말 대단하게 대단해! 의 라임을 맞춰서 이야기하는 게 우리의 낙이었다.
물론 이 친구가 대단이가 된 이유는, 굉장히 포르투갈 여행 전부터 대단한 스케쥴을 소화하고 지구 반대편까지 다녀왔는데도 성공적으로 수정과 착상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대단이는 정말 대단해!
그리고 관종인 아빠는 이 때부터 대단이의 존재를 외부로 알리고 싶어서 촉새처럼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우리 임밍아웃은 언제하지? 대단이 이야기하고 싶다 ㅎㅎ
허나, 초기가 얼마나 중요하고, 어떤 결과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다는 걸 이미 알고 있던 아내는 신중했다.
최소 7~8주에 심장 소리가 들려야 어디든 이야기할 수 있어. 그 때까지 조금만 참자.

대단아 조금만 참아. 아빠가 곧 신나게 자랑해줄게!

바로 샀던 토끼 세트


<부모님의 걱정>

출산 후 육아를 하는 여느 부모님들의 고민 중 하나는 '또래 아이들보다 느려요' 일 것이다.
대부분의 이런 고민의 해답은 '어차피 때가 되면 다 하게 되어있으니 비교하지 않고 걱정말고 기다려주세요' 일텐데 이런 고민이 육아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임신을 알게 된 그 순간부터 시작이었다.
5주차, 임신을 확인 받았던 그 순간에도 선생님은 주수에 맞는 아기집보다 작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땐 몰랐죠. 이렇게 매 주 병원을 오게 될 줄은....


<임신 앱 - 베이비빌리>

이 무렵, 아내는 임신 주수와 출산 예정일 및 정보 공유 등의 다양한 목적으로 주마다 일러스트레이션이 변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찾고 있었다. 올챙이 같던 아이가 점점 커가는 것을 이미지라도 볼 수 있는 앱.
다양한 어플 중 일러스트가 마음에 드는 베이비빌리 라는 어플을 설치하였고, 나도 같이 설치하여 가족 연결을 했다.
내년 6월 출산을 앞둔 산모들의 이야기를 적는 베동(베이비빌리 동기라는 뜻 ㅎ)
우리의 다이어리를 적을 수 있는 칸, 장터 등 다양한 기능이 있었지만, 가장 잘 사용한 것은
일러스트를 누를 때마다 아기의 말풍선이 달라진다는 점.
개발자들이 얼마나 아기의 마음을 상상하며 넣었을지 아이의 말풍선을 볼 때마다 흐뭇해지곤 했다.
오늘 꺼도 저장해야지.

728x90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우리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이 되기에
일전의 에피소드와 생각에 대해 잊지 않기 위해
정리해본다.
급해지면 다양한 키워드로 검색해보는 모든 예비 엄마, 아빠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마치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자로 잰 듯한 정확한 가동 일정>

우리의 아기 계획은 굉장히 체계적이었다.
바이오 산업에 종사하는 남편과 생물학적 지식과 업무 경험을 가진 아내의 합작으로 (특히 최근 2년 간의 수험 공부까지) 마치 의약품 첫 배치 생산 계획을 잡는 담당자들처럼 날짜 하루하루까지 모든 케이스를 계산하였다.

- 만약 시험에 합격하여 입학을 하게 된다면?
- 우리 여행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 아기 생일이 다른 가족들과 겹치지 않게 위해서는?
-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을 때 출산하기 위해서는?
- 생리 주기 상 언제 시작해야?
등 등.

사실 실제 배란 기간보다 너무 일찍 우리가 노력을 했다. 열정이 넘쳤다ㅋㅋㅋ

이렇게 체계적으로 계산된 일정 상, 여행 직전이 가동 Best 시기였고 최선의 노력을 한 직후 우리는 조금 늦었지만 아무튼 신혼여행인 Late Honeymoon을 위해 포르투갈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가동 일정을 위한 체크 사항>

배란일에 맞춰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배란 테스트기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보통, LH 호르몬의 농도로 측정하며, 배란 테스터의 색이 찐해지면 24~36 시간 내로 배란이 발생한다.
배란된 난자는 24시간, 정자는 보통 72시간 정도 생존이 가능하므로 이틀 내로 실행해야 한다!

이것이 배란테스터. 찐하다 찐해

 

<대단이와의 첫 만남>

다음 생리 주기가 다가올수록 조금씩 초조해졌고, 무심한 척 와이프에게 테스트 해봤어? 라고 넌지시 물어봤다.
대수롭지 않고, 최대한 부담 주지 않는 어투로.
나보다 분명 더 궁금해하고 있을테니 내가 초조해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날, 나는 여느 때와 같이 퇴근을 했고 와이프는 별 말 없이 저녁을 먹었다.

'뭐 아직인가보네'

늘 그렇듯 컴퓨터를 켰고, 나는 하마터면 소리 지를 뻔 했다. 아니 사실 질렀던 것 같다.

아빠 하이!


선명한 두 줄의 테스터 사진이 내 34인치 울트라 와이드 모니터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Hello, Daddy라는 와이프의 손글씨가 나를 향해 인사하고 있었다.

'하, 왔니?'

소리를 지르며 거실에 있던 와이프에게 갔더니, 웃으며 하나를 내밀었다.
상자 안에 들어있던 포장재들과 아까 화면에서 본 두 줄 짜리 테스터, 그리고 편지.
그것이 대단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뭐 대박이를 실제로 본 것은 아니었지만, 두 줄 보면 아무튼 본 거라고~ 우기던 남편이다.
그리고 생물에 무지한 나는 두 줄만 뜨면 바로 산부인과로 가는 줄 알았지, 그 뒤에 확인해야 할 것들이 그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첫 산부인과는 언제 가야할까?>

우선, 임신 테스트기 상 뒷쪽의 라인이 앞쪽의 라인보다 진해질 때까지 이틀에 한 번 해보고 그 색깔이 역전되면 산부인과를 갈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거실에는 테스트기가 쌓여가고 왔다갔다하면서 마치 어릴 적 어항의 개구리알이 언제 부화하나 들여다보고 있던 것처럼 계속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 이제 이 정도면 갈만하다 갈만해

 

<산부인과 결정 기준>

사실 이 부분은 전적으로 와이프의 선택을 따랐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적을만한 내용이 없다.
허나, 분당제일여성병원이 꽤 괜찮다는 정보를 입수한 와이프가 지난 5월 산전 검사 및 남편의 사전 검사도 함께 진행했기에 고민 없이 해당 병원으로 정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아무리 좋은 병원이라도 집에서 멀면 안된다.
긴급한 일이나 진료를 가야할 땐 결국 가까운 게 최고라는 것.
집에서 그나마 20~25분 거리였기에 부담없이 갈 수 있었다.

 

<임신 주수에 대한 놀라운 사실>

나에게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임신 테스트기를 통해 임신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임신 4주 차 사이라는 점이었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고 착상된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마지막 생리일을 기준으로 임신 주수를 산정하기에
두 줄이 떴을 때는 이미 다음 생리 주기가 된 것이기 때문에 4주차 가량 된 것이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저.. 임신 5주차에요...' 하는 장면을 보면서
아니 5주차나 될 때까지 임신된 건 모를 수가 있나? 라는 느슨한 의문을 가졌던 나에게 긴장감을 주는 새로운 사실이었다.
그렇게 임신 4주차 와이프의 남편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분명 고등학교 생물 1에서 배운 거 같긴하다.

 

<4주 차에 내가 옆에서 본 증상>

아직은 없었다. 아직은 없는 거 같았는데 4주차 말이 되어갈수록 와이프가 유난히 더 누워있었고, 뭔가 살짝 숨기는 듯 하긴 했다. 뭐지?



To Be Continued.

+ Recent posts